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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진료를 하다 보면 “혈압약을 먹는 것에 대한 심한 거부감”을 표현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측정한 혈압이 높아져서, 혈관상태가 좋지 않아서, 신장기능이 떨어져서 ‘혈압약을 드셔야 할 것 같습니다.’ 라고 얘기 드리면 10분 중에 3~4분은 “그거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하는거 아닌가요? 안 먹고 좀 노력해보면 안 될까요?” 라고 하신다.  사실 마음 속으로는 “그동안은 도대체 뭐하셨냐, 지금은 혈압 약 먹어가면서 조절해야 된다.” 라고 바로 말하고 싶지만, 그럼 더 거부감만 유발할 수 있으므로 “혈관 상태가 예전보다 나빠져서 혈관을 압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혈압약을 드셔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순화해서 말하게 된다.  언제부터일까? 다른 만성 질환인 당뇨약과 고지혈증 약에 대한 거부감은 그다지 많지 않은데 비하여 고혈압약에 대한 거부감은 점차 많아지는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이다.    

우리나라 성인 중 1/3은 고혈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은 높아져서 60대 이상 성인에서는 절반이상이 고혈압을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고혈압인구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고혈압인 사람 중에서 실제로 진단을 받은 사람은 3분에 2정도에 불가하며 나머지 3분에 1은 자신이 고혈압인지 알지 못하고 지낸다. 그리고, 고혈압을 진단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받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는 전체 고혈압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약 40%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거부감은 아마, 고지혈증이나 당뇨에 관련해서 일반인들이 인식하거나 이해하기는 아직도 어렵지만, 혈압은 쉽게 측정 가능하고, 측정하는 시간이나 몸상태에 따라서 계속 변동하므로, “지금은 혈압이 높아도 다음에 측정하면 낮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과 고혈압이라는 병의 심각성에 비해 증상도 없고 당장 불편한 것도 없기 때문에 혈압약을 거부하는게 아닐까 한다. 

하지만, 고혈압은 결코 가벼운 질환이 아니다.  당장은 혈압이 높아도 전혀 증상이 별로 없고 불편한 게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고혈압은 소리 없이 서서히 우리의 몸을 망가뜨린다.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 ‘소리 없는 저승사자’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혈관은 심장에서 피를 받아 온 몸 구석구석 신체 장기에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 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 혈관이 받는 압력이 혈압이고, 압력이 높아지면 지속적인 충격이 혈관에 쌓여간다.  오랜 기간 혈관에 쌓인 충격은 혈관벽을 서서히 손상시키게 되고, 망가진 혈관벽은 약해져서 결국에는 조그마한 혈압이나 혈류의 변화에도 견디지 못하고 터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표적장기의 손상을 가져오게 되는데, 신장, 눈, 심장, 뇌 등이 고혈압에 큰 영향을 받는 곳들이다. 

 

특히 신장은 수많은 모세혈관들이 촘촘히 모여서 혈액 중의 노폐물을 끊임없이 걸러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기관이다. 그런데 만일 오랫동안 압력이 쌓여가면 이러한 모세혈관들이 점차 굳어지게 되고, 노폐물 여과기능은 점차 망가져서 신장기능이 점차 떨어지게 된다.  눈에도 수많은 혈관들이 분포하는데, 이러한 혈관이 손상되면 시력이 점차 떨어지게 되고, 고혈압으로 인한 실명도 가능하다. 심장이나 뇌가 혈관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처럼 고혈압을 쉽게 생각하여 치료받지 않고 놔두면 우리 몸 주요장기들이 타격을 받게 되고 건강도 위협을 받게 된다. 그렇지 않더라도 혈관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얘기하지 않더라도 알고 있으리라.   고혈압은 결코 가벼운 질환이 아니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 wellness life 를 위해서라도, 고혈압은 반드시 치료받아야 하는 매우 중한 질병이다. 

- 이지홍 대표원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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